나의 이십대 초반, 멈춰버린 그 시간.

꿈과 희망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내가 가진 그 꿈과 희망은 성인이 되어서 갖게 된 자유로운 결정권으로 혼자던 누군가와 함께던, 여행을 다니는 것. 결코 학업과는 무관했다.

그렇게 내 목표는 1년에 한번씩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되었다. 여차저차하다보니 대학교 1학년과 2학년 여름방학을 교회에서 주최한 선교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되었고, 3학년때는 국내선교를 가게 되어 해외여행을 자력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2010년 1월,  그렇게 나는 해외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워킹홀리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러 나라들을 검색해 보았지만 제일 비자를 받기 쉬운 나라인 호주로 오기를 결정하는데 한달조차 걸리지 않았다. (그 당시 같이 일했던 Soi언니의 영향도 굉장히 컸다.)

2010년 2월, (영어를 정말 너무 못해서) 친절한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을 따라하면서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혼자 온라인 비자신청부터 세브란스 병원에서 신체검사까지 그리고 내친김에 비행기티켓 구매까지 모든 것을 혼자 했다. 그 당시 컴퓨터는 거실에 있었는데, 엄마가 뭐하니? 물어봤을때 뒤도 안돌아보고 나는 응, 엄마 나 올해말에 호주갈꺼야. 라고 대답했었다. 비행기 티켓도 샀는데 왜 나는 엄마아빠에게 날짜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엄마는 왜 그때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까?

2010년 8월, 휴학을 했다. 떠나는 날짜를 12월로 잡은 정말 단 한가지의 이유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7월여름방학부터 11월까지 5개월만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나는 대학수업+근로장학생 연구실+아웃백BOH+아웃백FOH 를 하던 상황이였지만 모든 돈은 고스란히 자취비용으로 들어가서 여윳돈이 단 한푼도 없었다. 휴학을 하고 자취를 정리하고 집에서 살게되면서 일단 지출이 줄었고, full time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시급이 올랐다.

2010년 11월, 엄마아빠에게 말했다. 나 다음달초에 호주가. 1년뒤에 올꺼야. 돈을 많이 모은 줄 알았는데, 호주간다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이것저것(그리고 신용카드정리)까지 하니 내 손에 쥔 돈은 40만원. 난 5개월동안 뭐하러 그렇게 돈을 벌었나. 그 돈은 다 어디로 간걸까? 생각해보니 다 술값.

2010년 12월 6일. 그렇게 난 호주 시드니 땅을 밟았다. 40만원과 함께.

 

한 겨울에서 한 여름으로, 그 당시 시드니의 날씨는 지금과는 달랐다. 40-45도를 육박하지만 건조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했던 정말 쨍하고 찬란한 햇빛이 가득한 그런 여름이였다. 꿉꿉이나 찝찝따위는 없는 그런 정말 바삭거리는 공기였다.

그런 날씨에 나는 첫 눈에 반했다. 호주에 살기로 결심한 두번째 이유가 되었다.

첫 숙소가 Kings Cross였는데, 돈을 아끼려고 모든 곳을 걸어서 다녔다. 숙소에서 시티로 가는 길에 Hyde Park이 그렇게나 아름다워보였다. 그때는 그랬었다.

 

딱 1년만 살다가 가겠다고 마음먹고 한국을 떠났었고, 첫 호주에 발을 딛었을 때도 딱 1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난 그렇게 내 모든 20대를 여기서 이렇게 지내고 있을 꺼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내 나이는 그때에 멈춰있다. 아직도 나는 2010년, 2011년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