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에 몇번은 찾아오는, 불현듯이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그런 시기가 있다.
6월휴가(정확히는 5월에 시작하지만, 나는 6월휴가라고 명명하였다.)를 준비하기 위해 휴가를 같이 가게 된 하니와 카톡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막연하게 우리 유럽여행같이 가자라고 말을 꺼낸 것은 한참 전 이야기이다. 언제부터 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만 가고 싶은 것이였나? 하니는 나랑 여행을 가고 싶긴 한걸까? 라고 느끼는 순간이 왔다. 언제나 말을 거는 것도 나였고, 여행 꼭 가자고 한 것도 나였고, 너의 스케줄에 내 모든 것을 맞추겠다고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배려아닌 배려였다. 나는 비교적 자유로운 휴가 신청이 가능한 회사이니까! 라고 내가 자만했다.
내가 호주로 건너온 이후로 연락을 매일, 자주 하는 사람은 없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달까. 몸이 멀어지니 공통분야가 많이 줄어들고, 그로인해 대화를 이어갈 만한 주제가 점점 없어진다.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다가도 막상 대화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 겉핡기 식인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고 있는지 예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10년 이라는 세월time*이 서로의 취향taste을, 생활 방식을 많이 바꿔 놓았기 때문에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내가 알던 A는 이런 사람이 아니였는데, 내가 변한 걸까 A가 변한걸까 생각하다가도, 우리 둘 다 변했고 변하는 그 세월을 함께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네 라고 결론을 내리곤 한다. 어짜피 답은 이렇다고 알고 있는데도 번번히 섭섭함과 서운함을 느끼는 걸 보면 나도 참 미련하다.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느끼는 섭섭함과 서운함이다.) *시간과 세월은 너무 다른데, 세월도 time이라 하니 느낌이 이상하네
소소한 목표를 하나 세웠다. 이번 6월휴가 동안에, 일기쓰기. 나만의 여행노트가 있지만 그 여행 노트는 사실과 정보로 이루어져 있기에, 내 생각과 감정을 담은 일기를 쓰려 한다. 매일 매일 쓰는 것을 목표로!
아, 처음에 서두를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시기가 온다는 것으로 한 이유. 맞지 않는 사람들과 맞춰가며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나는 안되더라. 아닌 건 아닌 걸로. 요즘 나름대로 인간의 본성human nature/human beings대로 살고자 사회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실패예감hunch/foreboding. 이렇게 한국에서 살지 않아서 좋은 이유 한가지가 늘었다. 물론 여기라고 그런게 없지는 않지만, 그냥 조금 사회생활social life을 못해도 그럭저럭 살만하니까. (여기가 더 인종차별bamboo ceiling도 심하고, 그 그룹에 끼려고 무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치만 그렇게 살지 않아도 먹고 즐기며 사는데 지장이 덜 하다.)
하니가 2020년을 목표로 호주이민을 생각하고 있다. 하니가 꼭 왔음 좋겠다. 호주에서의 삶이 한국의 삶보다 좋다고는 내가 답을 줄 수는 없다. (사람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포인트와, 삶의 방향과 가치가 다르니까. 하니가 와서 싫다고 하면 어쩌지….) 그치만 하니가 꼭 호주에 왔으면 좋겠다.
나는 시드니로 돌아가고 싶다. 사람들이 나에게 여기서의 삶이 좋냐고 물어보면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날씨라고 한다. 이 트로피칼 웨더tropical weather도 싫고 특히 벌레들ect. sand fly, march fly 너무 싫고(왜 나만 물어? 왜 나만 흉터남아?). 비 진짜 안좋아하는데 웻시즌wet season도 있고, 사이클론 시즌cyclone season도 있고. 습한 더움humidity!이 싫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은 가장 싫은 이유는 바로 이 직업이다. 그냥 이 일이 싫다. 이 직업이 싫은게 아니고, 현재 내가 맡은 role이 싫다. (이거 한국말로 뭐라 말해야 찰떡같은 느낌이 들까) 쓸데없이 몸 어디선가 없던 책임감까지 끌어와서 내 role을 다 해야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다. 돈을 더 주던가……
6월휴가, 8월휴가, 1월휴가. 이렇게 3가지를 준비 중이다. 회사는 물론 6월휴가만 안다. 6월에 길~게 4주, 8월에는 1주일, 1월에는 3주?정도 휴가를 갈 예정. 이런 휴가 계획들이 없으면 아마 나는 옛날 옛적에 사직서 던지고 나왔겠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내가 매일같이 하는 말은, “나 휴가 못가게 하면 그만둘꺼야”. 이거 엄청 아이러니한 건데 휴가가 나에게 일을 하게하는 힘이다. 휴가 계획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6월휴가 : London, (Wembley 소리질러!!) Ireland
8월휴가 : (maybe) Mt. Snowy and/or vicinity
1월휴가 : 아직 장소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과의 첫 해외여행. feat.엄마환갑
오늘, 로스터를 뿌렸으니 앞으로 3개 남았다. 조금만 더 하면 곧 휴가다!